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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백산의 진짜 주인을 묻다

by yjnow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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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이름만 들어도 맑은 공기와 깊은 숲길이 떠오르는 이 산은, 우리 국토의 중심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발걸음을 받아주는 존재다. 그러나 오늘날 이 ‘조용한 산’의 이미지 속에 감춰진 관광 주도권의 불균형은 우리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소백산은 누구의 산인가?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면, 국민 다수의 인식 속에서 ‘소백산 = 단양’이라는 공식은 이미 굳어졌다. 등산객들은 천동계곡으로 향하고, 여행자들은 스카이워크와 구경시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밟는다. 검색창에 ‘소백산’을 입력해도 상위 결과는 대부분 단양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영주가 소백산에서 완전히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지 산을 오르고 인증샷을 남기는 대중적 인기에서 한 발짝 비켜선 영주는, 더 깊고 품격 있는 산행의 주인공이 될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금 영주에 필요한 것은, 단양과의 정면승부가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도 있어요"를 외치는 전략은 소음 속에 묻히기 쉽다. 오히려 단양이 제공하지 못하는, ‘쉼’과 ‘사색’, ‘힐링’과 ‘스토리’가 있는 여정을 앞세우는 것이 정답이다. 지금은 새로운 게임을 설계할 타이밍이다.

영주는 이미 국립산림치유원, 소수서원, 부석사 같은 정적(靜的)이고 철학적인 자산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희방사 코스’나 ‘죽령옛길’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웰니스 존이 더해진다면, 단양과는 결이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차 없이도 KTX와 연계된 힐링 셔틀로 자연과 문화가 연결되는 여행,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여행자가 원하는 길이다.

또한 콘텐츠 차별화도 필수다. ‘선비의 명상길’은 퇴계 이황의 사색을 걷는 길로 재탄생할 수 있고, ‘소백산 별 헤는 밤’은 야간 콘텐츠의 빈틈을 메울 강력한 킬러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계절별 체험형 콘텐츠를 더하면, ‘소백산은 언제 가도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디지털 세상에서의 존재감이다. 검색창에서 ‘소백산 힐링’, ‘차 없이 소백산’, ‘조용한 산행’을 입력했을 때 영주의 콘텐츠가 상위에 떠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요가·명상·북튜버 등 웰니스 분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감성 중심의 SNS 캠페인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관광의 주도권은 단지 방문객 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문객 1인의 소비, 체류 시간,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경험’의 깊이가 진짜 경쟁력이다.

지금 영주는 소백산의 주인임을 선언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단양이 쌓아온 수직의 이미지에 맞서, 영주는 수평의 감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제는 봉우리를 겨루는 싸움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는 싸움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감동적으로 전할 수 있는 주인공은, 바로 영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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